얼마 전 진료실 밖에서 아이 어머니 한분이 큰 소리로 주저앉아 우는 일이 있었다. 외래 직원이 달래다 보니, 사연은 이런 것이었다.
멀리 창원에서 방문해 뇌전증으로 수년간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였다. 그날 뇌파검사를 마치고 '이제 완치됐으니 더 이상 오실 필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료실에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고 나가서는 접수대 앞에 주저앉아서 울었다는 것이다.
수년간 아무에게도 말 못 할 속 끓임에 힘들었을 아이 엄마 얘기에 마음 한편이 촉촉해졌다.
그러면 뇌전증이란 무엇일까? 발작이 두 차례 이상 반복되는 질환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수년 전 기존의 '간질(癎疾)'이란 병명에서 '뇌전증(腦電症)'으로 바뀌었다.
이는 간질이란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간질이라는 단어가 주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치료시기를 놓치고 인권 또한 억압되는 상황이 발생해 조금이나마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된 것이다.
기원전 1000년경 바빌로니아의 기록에도 나오며, 성서 속에도 뇌전증 이야기들이 나오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질환이며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이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뇌전증 치료 또한 획기전인 발전이 있었다. 과거 200년 동안 약 10가지의 뇌전증 치료제가 등장했으나 최근 10년 동안에 무려 10가지 이상의 신약들이 시판돼 그동안 힘들었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됐다.
세계적인 데이터를 봐도 한 가지 약물로 70%의 환자들이 조절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약물치료에 부족한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은 2차적인 식이요법, 다음으로 수술치료 등을 통해 완치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필자가 완치라고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되묻는다.
"간질(뇌전증)도 완치가 되나요?"
국제뇌전증 연맹(International League Against Epilepsy)에서 '약물 복용 여부에 관계없이 5년 이상 발작이 없는 상태'를 완치로 규정했다. 뇌전증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며칠 전 다른 지역에서 서른 살의 자식을 데리고 뇌전증 치료를 위해 방문한 노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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